실내인간_ 이석원
이석원의 전작인 에세이 <보통의 존재>에서는 음악인 이석원 또는 언니네 이발관의 팬이라면 누구나 그의 일기장을 훔쳐 본 듯한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. 어딘가 예민하고 부유하는 나와 같은 보통의 존재의 일상. 그러나 <보통의 존재>를 흥미롭게 읽었음에도 불구하고, 음악인이 아닌 ‘작가 이석원’의 미래를 그려보진 않았다.
그가 장편 소설을 집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, 작가 이석원은 어떤 모습일 지 호기심이 샘솟았다. 마침내 모습을 드러 낸 <실내소설>. 민트색의 책표지는 평소 독서에 흥미가 없었던 친구들 마저 관심을 보일 정도였다. 보자마자 일단 이석원 특유의 감성이 밀려올 것이니 주의하라는 듯이.
소설의 내용은 이렇다.
실연의 충격으로 직장도 그만둔 채 집에서 칩거하던 용우는 어느 날 집주인으로부터 나가라는 통보를 받고 낯선 곳으로 쫓기듯 이사를 가게 된다. 가진 돈으로 서울 안에 살 곳을 찾을 수 없어 이곳저곳을 헤매던 용우는 뜻밖에 처음 들어보는 이름의 동네에서 싸고 괜찮은 집을 발견하게 되어 그 곳으로 이사를 온다. 그 후 앞집 사는 남자 ‘김용휘’와 친하게 지내게 되며 여러번 묘한 일에 엮이기 시작한다. 한편, 얼굴 없는 베스트셀러 작가 방세옥은 판매 순위에 집착하여 강박적으로 서점을 찾고 순위를 확인하고, 심지어 책 사재기까지 직접 저지른다. 그런데 옆집 남자 김용휘와 유령 작가 방세옥이 동일 인물이라는 의심이 점점 들기 시작하고 용우와 친구 제롬은 김용휘의 정체를 밝히기에 바쁘다.
<실내인간>은 독자가 추리하던 사실을 가끔 한번씩 뒤집어 주며, 예상 외의 반전을 던져주는 등 꽤 흥미롭게 이야기가 진행된다. 저자의 에세이집과는 보다는 한층 가벼워진 호흡으로 한번 책장을 펼치면 책 끝까지 훅훅, 단 한숨에 이야기의 끝으로 달려갈 수 있다. 그러나 이야기 자체가 가볍다는 것은 아니다. 마침내 인기작가 방세옥의 진실- 한 여자를 위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고, 그 자리를 지케기 위해 스스로 높은 탑을 쌓으며 그 속에서 온갖 음모와 해프닝을 버린 것- 에 마주하게 되는 순간, 보통의 남자 김용휘는 너무나도 작은 존재가 된다. 그러나 그 누구도 방세옥, 아니 김용휘에게 왜 그렇게 어리석게만 달려왔냐고 하지 못할 것이다. 간절히 원하던 것 어쨌든 그것을 위해 김용휘는 달렸고, 그것이 비록 반대방향의 길이었다 할지라도 그에게 후회도, 비관도 없을 것이다.
이 소설을 통해 나는 ‘뮤지션 이석원’ 또는 ‘언니네 이발관의 이석원’에서 벗어나 ‘작가 이석원’의 미래를 그려보기 시작했다. 물론 소설의 후반부에서는 갑자기 방세옥의 진실에 관한 지나친 친절 덕분에 흥미가 떨어진 건 사실이다. 그렇지만, 마침내 그는 음악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신의 글만으로도 말하고자 하는 감성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기대감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. 요즘 같이 과잉과 요란, 난리 법석인 시대에서 우리에겐 그저 ‘인생을 비관하지마. 그럼 더욱 엿같은 일이 너를 기다려.’라고 시크하게 얘기해주는 보통의 옆집 남자가 필요하다.
음 언니님께 선물로 주었던 하고 싶다 연애도 잘 봤다.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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