Tuesday, 8 April 2014

더 깊은 잠을 자도 돼요 당신




-잠이 참 많은 당신이지-

오늘 내가 공중의 화원에서 수확한 빛
그 빛을 몰래 당신의 침대 머리맡에 놓아주었지
남은 빛으로 빚은 새를 공중에 날려 보내며 무료를 달랬지
당신은 내내 잠에 빠져 있었지
매우 상냥한 것이 당신의 장점이지만
잠자는 모습은 좀 마녀 같아도 좋지 않을까 싶지
흐린 날이라면 비둘기를 불러 놀았겠지
비둘기는 자기들이 사람족이 다 된 줄 알지
친절하지만 너무 흔해서 새 같지가 않지
비둘기가 아니라면 어느 새가 스스럼없이 내 곁에 올까
하루는 길지 당신은 늘 시간이 모자란다고 말하지만
그건 잠자는 시간이 길어서 그래
가령 아침의 창가에서 요정이 빛으로 뜨개질을 하는 소리
당신은 한 번도 듣지 못하지 그게 불행까진 아니지만 불운인 셈이지
노파들이 작은 수레로 주워 모은 파지들이
오래지 않아 새 종이로 탄생하고 그 종이에
새로운 문장들이 인쇄되는 일은 참 즐겁지
파지 줍는 노파들에게 훈장을 하나씩!
당신도 그리 잠을 오래 잔다면
노파가 될 때 파지를 줍게 될 거야
라고 악담했지만 그런 당신의 모습도 나쁘진 않지
잠이 참 많은 당신이지 마부가 석탄 같은 어둠을 마차에 싣고
뚜벅뚜벅 사라지는 광경을 보지 못하지만
꼭 봐야 할 건 아니지
잠자면서 잠꼬대를 종달새처럼 지저귈 때
바람 매운 날 이파리와 이파리가 서로 입술을 부비듯
한껏 내 입술도 부풀지
더 깊은 잠을 자도 돼요 당신






















-들불-

네 무릎에서 내 무릎 사이에
그늘이 깊다 누워 조금 뒤척이던 구름이 심심한 표정이다

풀들이 울었다 일 그램의 바람도 없는 한낮인데
풀 쪽으로 너도 나도 귀를 기울이느라
서로의 무릎 사이가 더 벌어졌다 상관없지만

둘 중 하나의 무릎이 모래처럼 흘러내릴 가능성에 대해
하늘에 물어볼 필요는 없다 네 무릎 속은 모르지만
내 무릎 속엔 사막이 없다

우리와 지평선 사이에, 뭉글뭉글 들불이 피어오르는 중이다
마른 풀 사이 벌레들이 지랄할 것이지만
우리에겐 그들을 구해줄 힘이 없다 불을 앞지르지 못한다

다만 둘 다 무릎을 세우고 앉아 있다
등을 돌리고 있는 건 아니지만
침묵이 길어져 서로의 표정이 낯설게 느껴져
일어날까 말까 궁리 중

일몰 때까지만 이러고 있자, 하는 심정으로
우리는 들불을 바라보고 있다 차가운 들불이다

식은 공기들을 입속에 넣고, 내가 먼저 하품을 하고
너는 졸고

그 순간에
날개 없는 벌레들이 일제히 허공으로 날아올랐다
[출처] [김충규] 들불|작성자 미루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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