그렇게 아버지가 된다.
설 연휴을 맞아 미뤄두고 미뤄두었던 <그렇게 아버지가 된다>를 보았다. 서늘하고도 순수한 아이들의 눈빛을 너무나 잘 담아내왔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을 좋아했기에 무척 기대가 컸다.
주말도 없이 워커홀릭으로 지내며 성공한 비지니스 맨이 된 주인공 료타는 (이 영화를 통해 처음으로 '후쿠야마 마사하루'를 알게 되었는데, 우리나라 배우 한재석과 정우성을 똑 닮아서 스크린 가득히 그의 얼굴이 나오자마자 놀랬었다. 알고보니 팬들 사이에선 '한국의 정우성'이라고 불리며, 일본의 톱배우라고 한다.) 어느 날 병원으로부터 6년간 키워 온 아들이 친자식이 아니라 병원에서 바뀌었다는 연락을 받는다. 자신과 너무도 다른 삶의 방식으로 친자를 키우고 있는 상대 가족들과 정기적으로 교류하며, 친자식과 키워 온 자식 중 하나만 선택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선택을 해야만 하는 과정을 겪게 된다. 그러는 동안 자신과 키워 온 아들과의 관계를 되돌아보며, 그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.
가족이란 무엇으로 형성될까. 혈연, 아니면 관계? 전통적인 가족관과 그것의 형태가 변화되고 다양화되는 현대 사회에서 이 영화는 '당신이 생각하는 가족이란 무엇이며, 가족 속에서 당신의 역할은 어떤 것인지'에 대한 질문을 직설적인 방식으로 묻는다. 영화 속에서 료타의 친자를 키워 온 또 다른 아버지, 유다이는 말한다. "아이는 시간이에요."
좋은 아버지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지만, 아버지로서의 의무를 다 하기 위해 료타는 함께 보내는 시간보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환경을 제공하는 것에 힘썼다. 그러나 료타의 키워 온 아들은 아빠가 다른 아이를 찾을 때에도 벽장 뒤에 조용히 숨어, 오직 아빠에게 잘 보여 관심을 얻길 바랬다. 순수하게 시간을 쏟는 애정을 갈구하는 아이들과의 갈등을 통해 료타는 비로서 아들로서의 자신, 그리고 아버지로서의 자신을 용서하고 관계를 회복하려 노력한다.
어떤 이들은 아이가 뒤바뀐 상황에서 너무 평온한 것 같아 몰입이 잘 안됐다는 평을 하기도 했지만, 나는 이 영화가 노골적인 신파극이 아니라서 더욱 좋다. 병원 직원이 개인적인 분노를 풀기 위해 두 가족에게 고통을 줬고 이미 공소시효는 지났기 때문에 형벌을 요구할 수도 없는 상태란 것을 안 순간, 실제 상황이라면 어떻게 했을 것인가. 만약 영화 속 인문들이 울고불고하며 그 직원의 머리칼을 잡아 뜯었다면 영화의 깊이가 너무 얕아졌을 것이다. 속으로는 말할 수 없는 분노가 쳐오르지만, 그들에게는 낳은 아들과 키어 온 아들이 있고, 그들에 대한 생각 때문에 단순히 분노를 내비치기에는 마음이 복잡했을 것이다. 아버지라서, 아버지가 되기 위해 료타는 정답이 없는 선택지 사이에서 갈등할 수 밖에 없었고 그래서 그의 선택은 아픔이 낳은 열매가 되었다. 아버지는 그리고 가족은, 시간이 빚어내는 아픔 속에서 성장한다.
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는 아이들의 순수한 눈빛과 미소에 나는 다시한번 KO 당했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. 만약 이 영화를 보고 마음 속에 쉽게 쏟아부을 수 없는 울렁임이 있다면 그건 아이들의 눈빛 때문일 것이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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