공지영님의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라는 에세이집을 비가 오는 날 혼자 앉아서 읽었다.
그런데 신기하게 책을 읽는 동안 엄마가 자꾸 떠올랐다.
특별히 이 책에 엄마에 관해서 언급한 것도 아니다.
그냥 우리 엄마는 누구일까, 엄마는 '엄마'만이 엄마의 정체성이 아닐텐데.
문득 내가 '엄마'가 아닌 그녀의 다른 정체성들을 모두 빼앗아 간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.
나는 얌전한 언니에 비해서 유난히 고집스러운 딸이었다.
혼자여서 외롭다고 매일 울었지만, 사실은 그 외로움은 내가 선택한 외로움이었다.
하지만 내가 외로워지기 위해서 늘 엄마를 혼자 두었던 것 같다.
엄마가 다가오면 화를 내고 무관심한 척 하면 울었다.
지금 생각해보니 답답해서 아무에게도 화를 낼 수 없어서 엄마에게 다 쏟았던 것 같다.
엄마는, 엄마말고도 어떤 사람일까?
아내로서, 여자로서, 딸로서, 그리고 그녀 자신으로서..
최근들어 엄마는 엄마의 엄마를 잃고 또 엄마의 오빠를 잃었다.
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. 눈물을 흘리긴 했지만,
돌아가신 그 분들이 지나치게 뼛속 까지 그리웠다기 보단,
엄마가 우는 것이 슬퍼서 울었다. 그치만 난 아무렇지 않았고 또 곧 일상으로 돌아왔다.
아이처럼 우시는 엄마를 보았다.
내가 아주 어린 아이였을 때 아빠와의 다툼으로 한 두번 본 것을 제외하고 처음 보았다.
그 모습이 떠오를 때면 난 늘, 내가 빼앗아간 이미 지나쳐버린 엄마의 일생을
되돌려 줄 수 없어서 속상하다. 긴 시간 동안 난 우리 엄마는 대체 어떤 사람인지도 모른채 똑똑 떨어져 부셔지는 빗방울 처럼 혼자 두었다.
난 엄마가 웃으면 웃기고, 짜증을 내면 더 짜증이 나고, 울면.. 상상만 해도 아프다.
엄마와 나는 보이지 않는 어떤 끈으로 연결되었나 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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